“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실질적 자유’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사회 전체의 자유를 확대시키고,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공정무역협의회가 주관한 ‘2020 공정무역 포럼’에 4회차 강연자로 나섰다.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는 실질적 자유의 개념을 짚고, 사회적경제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해나가는지 소개됐다.
김 교수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발전의 목적은 인간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데 있다”며 “자유의 확대는 단순히 물질적 충족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부심, 공동체의 소속감, 시민적 참여 등을 포함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라고 설명했다.
행복을 주는 발전이란?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터린은 ‘경제성장과 인간의 행복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이른바 ‘이스터린 역설’은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려 했던 많은 국가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김 교수는 “경제지표 속 평균이라는 단어는 많은 문제를 숨긴다”며 “대한민국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했으니 모든 국민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으로 인간의 행복을 포함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국내총생산(GDP) 중심 사고방식에 강력한 비판을 가한 것은 2009년에 나온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는 12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하며 사람의 행복은 복합적이고, 소득, 재산 이외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발전이 단순히 국민의 부를 늘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 시민적 참여, 공동체의 소속감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발전하며 행복할 수 있을까? 우선, 김 교수는 인간을 윤리적 존재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의 경제학은 인간을 효율 극대화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움직이는 존재로 봤다”며 “하지만 인간은 피와 살이 있고 마음이 흐르는 윤리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윤리적 존재인 인간과 어울리는 사회적경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역시 도덕감정론을 통해 인간에게는 이기심 이전에 공감과 양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을 작동하게끔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 공감과 양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슴’에 의해 견제되고 보완된다는 것이다.
김종걸 교수는 사회적경제야말로 윤리적 존재인 인간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람 중심의 민주적 원칙을 따르고, 사회문제 혹은 조합원의 문제해결에 집중한다”며 “충분히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경제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자동 사랑방과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의 사례를 들어 사회적경제가 가진 장점을 설명했다. 사랑방 마을 주민협동회는 2011년, 각자 모은 자금을 싼 이자로 서로 빌려주는 금융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쪽방촌 주민이 다수라 경제적 형편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대출 심사를 간소화하고, 대출 이자율도 2%를 유지했다. 서로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출상환율은 88.7%를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김 교수는 “대출상환율 88.7%는 각종 빈곤층 대상 서민금융의 대출 상환율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주민협동회가 삶의 안전장치로 받아들여진 점이 높은 상환율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고 회의와 공동행사, 지역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개인이 주체로서 조직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는 "구성원이 함께 성장한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는 인간의 도덕감정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시켜 나간 사례”라며 “이것이 사회적경제가 가진 커다란 장점”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