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친 지 4년이 지났다. 각 부처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부처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며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사회적경제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 물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여전히 많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다. 정부는 지난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21년 사회적경제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변함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정부 부처들이 그동안 어떤 정책을 진행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앞으로 집중하려는 정책은 어떤 방향인지를 연속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전망해보려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9년부터 어촌 환경 개선사업인 ’어촌뉴딜 300‘을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어촌과 어항을 현대화해 어촌의 재생과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정 어항과 소규모 항·포구 및 배후어촌이 지원대상이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2019년 70개, 지난해 120개, 올해 60개 등 총 270개소에 개소당 평균 100억원을 3개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50개 대상지를 추가로 선정해 300곳을 채울 계획이다.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어촌이 보유한 핵심 자원에 따라 항·포구 등을 개선하는 공통사업, 주민 역량강화·지역협의체 운영 등을 위해 나서는 SW사업, 지역 자원을 활용한 소득사업·마을환경 개선 등 어촌 특화개발에 해당하는 ’특화사업‘이다.
어촌뉴딜300 사업에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참여가 제도화돼 있다. 어촌뉴딜300 사업 선정 평가시 사회적경제기업 인·지정 실적에 가점(+1)을 부여하고 있고, 사업시행자 자격에 사회적경제조직을 명시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어촌어항재생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촌의 현황 및 역량을 파악하고, 어촌뉴딜300 사업대상지 중 사회적경제조직 육성 가능성 연구를 진행했다.
해수부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어촌지역에 적합한 사회적경제조직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경기 화성 백리항 어촌계와 충남 서산 중왕항 어촌계 등 2곳이다. 김태경 해수부 어촌어항재생과장은 “특히 화성 백리항의 경우 어촌뉴딜300과 연계한 사업 수립, 조직 재정비 등을 통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며 “만약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게되면 전국 어촌계 최초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어촌공동체 기반 사회적경제 진출 모델 개발 지원사업을 3개소로 확대하고, 지원사업의 성과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고령화와 인구감소, 어장 자원 감소 등으로 어촌 소멸에 대응하는데 사회적경제조직이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경 과장은 "어촌·어항 지역에서 마을어장이라는 공유공간을 중심으로 조성된 어촌계는 공동체 운영 경험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한다"며 “생산·판매 모델뿐만 아니라 지역 특색에 맞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가 가능한 모델까지 개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소득창출형 사회적경제조직이 확산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태경 해양수산부 어촌어항재생과장과의 일문일답.
Q. 해양수산부 어촌어항재생단이 추진해왔던 사회적경제 주요 정책과 방향성을 소개한다면?
타 분야에 비해 어촌·어항 분야에서 사회적경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논의는 초기단계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공유하고 있으며, 분야별로 자율관리어업, 어촌특화지원센터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와 유사한 형태의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특히 어촌어항재생사업에서는 사업 선정평가 시 사회적경제조직 인·지정 실적 가점(+1) 부여, 사업시행자 자격 부여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참여를 제도화했다. 지난해에는 어촌어항재생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촌의 현황 및 역량을 파악하고, 어촌뉴딜300 사업대상지 중 사회적경제조직 육성 가능성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시범적으로 어촌지역에 적합한 사회적경제조직 육성 모델 발굴을 추진 중이다. 총 2곳인데, 경기 화성 백미항 어촌계와 충남 서산 중왕항 어촌계의 사회적기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어촌·어항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어촌공동체 기반 사회적경제 진출 모델 개발 지원사업을 3개소로 확대하고, 지원사업의 성과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Q. 어촌뉴딜300 추진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그간 소규모 항·포구를 중심으로 한 어촌 지역은 정부의 SOC 투자 등에서 소외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낙후된 어촌·어항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촌뉴딜300 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은 전국 어항 중 300곳에서 먼저 사업을 진행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22일 전라남도 만재도 선착장 준공을 시작으로 2019년 선정 사업지 70개소가 준공되는 해다. 어촌지역 생활SOC를 비롯해 방파제, 선착장, 공동작업장 등에 대한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로 주민들의 해상교통 이용이 편해지고, 어업활동이 활발해져 삶의 질이 높아진다. 중장기적 성과로는 지역 특화사업을 통해 주민소득이 늘어나고 어촌관광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2299개의 크고 작은 어항 중 이번 사업대상 어항이 300개소로 한정돼있어 어촌뉴딜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촌이 많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다양한 어촌현장에서 우리 지역도 어촌뉴딜 사업을 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어촌뉴딜300 사업의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촌지역은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등 어촌 소멸의 위기감이 여전하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어촌뉴딜300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4년 이후 ’어촌·어항재생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포스트 어촌뉴딜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Q. 어촌뉴딜300은 항·포구 및 배후 어촌 개발이 핵심내용으로 보인다. 공통사업, 특화사업, SW사업 등을 추진하는데, 관련 사업진행 경과를 설명해달라.
어촌뉴딜300사업은 크게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는 공통사업, 어촌의 소득창출 등을 위한 지역여건에 맞는 지역맞춤형 특화사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SW(소프트웨어) 사업으로 구성돼있다.
이를 사업대상지별 특성을 반영해 추진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항·포구 등 어항시설이 미비한 공간은 시설 조성 중심으로, 제주도 등 관광입지가 좋은 대상지는 체험·관광기반의 특화사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어촌의 자생력을 향상시키고 소득사업 운영을 위한 지역주민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새로운 어촌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단순히 시설 조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는 소득사업 등을 발굴, 추진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어촌뉴딜300사업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지역 사회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의 어촌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SW사업은 어촌뉴딜사업대상지 내에 어촌의 자생력을 향상시키고, 사업 종료 후에도 사업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 역량강화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 주도로 소득사업 운영을 위한 지역주민 교육프로그램 발굴 및 시행, 마을 홍보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가 자문단을 통한 현장자문과 ‘리빙랩(Living Lab)’ 시범사업 등을 통해 어촌사회의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Q. 공동체 룰을 중시하는 어촌 공동체의 특성과 공유자원인 해양자원을 다룬다는 점이 사회적경제의 협동·연대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있다.
어촌·어항 지역은 농촌과는 달리 개인소유 토지가 아닌 공유공간(마을어장)을 중심으로 생긴 어촌계가 있다. 어촌계라는 공동체가 존재하고, 공동체운영 경험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은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아직 사회적경제 필요성 인식 부족과 주민의 고령화 등으로 내부 역량이 취약한 상황이고, 어촌·어항지역 사회적경제 특화 정책의 부족한 상황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경제 모델 발굴의 첫 번째 시범사업 대상지 중 1곳은 화성시 백미항이다. 백미항은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B&B 호텔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과 해양치유 생태공원을 조성했고, 기존 체험형 마을을 체류형 마을로 전환해 2025년까지 관광객 13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백미항 어촌계는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전환을 위한 전 단계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기 위한 준비 중이다. 만약 백리항 어촌계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다면 이는 전국 어촌계 최초로 어촌계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타 어촌계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어촌뉴딜300에서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사회적경제기업은 사적이익이 아닌 공동체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지역 공동체 성격이 강한 어촌지역에서 뿌리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생산·판매 모델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가 가능한 모델까지 개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소득창출형 사회적경제조직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촌계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 등이 그 예이다. 해양수산부는 어촌뉴딜300 사업으로 조성된 시설이나 소득법인이 자생력을 갖고, 지역자산화가 될 수 있도록 사업 종료 후 3년까지 컨설팅 등 추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연안 어장 자원 감소 등 어촌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트 어촌뉴딜에서는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주거와 일자리, 어촌형 생활서비스 전달 등에 초점을 두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어촌지역에 구현된 소득창출 중심의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사회적가치 실현이나 사회서비스 제공 등 역할 범위가 확대됨은 물론 협업의 접점도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어촌지역 재생사업에 사회적경제조직의 참여 확대, 지역 정착을 지원하거나 어촌뉴딜300으로 조성된 시설의 활용 등에 관한 지역링커와의 협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고려 중이다.
이로운넷=진재성 기자 jin@ero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