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소상공인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자금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는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짚어보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A씨는 “주말에는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을 했는데, 지금은 출근을 해도 일하지 못하고 퇴근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형 쇼핑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하루 손님 한명도 안오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보니 영업 제한 시간까지는 문을 열어야 하는데, 차라리 문을 닫는게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비대면이 강조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소상공인들은 매일을 '오늘만 버티자'라는 심정으로 살고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1006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일과 삶의 변화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상공인 응답자의 월 평균 매출액은 25.9%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3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전환이나 휴·폐업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은 코로나 이전(4.9%)에 비해 코로나 이후(15.4%)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소비절벽도 현실화 됐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해 12월 둘째 주 서울지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2%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지원, 영세소상공인 긴급대출,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지원책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이 일시적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소상공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시민의 사회적경제 활동 주체성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는 차원으로 보면 소상공인과 연결된 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경제가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내세우는 만큼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하는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한다. 이은청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은 “전체 사업체의 85%인 324만개가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소상공인이며, 사업장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소상공인 숫자는 60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을 연결하고 협력하게 한다면 소상공인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들어 공동구매, 공동 브랜드, 공동물류 및 판매, 나아가 공동연구와 기획에 이르기까지 소상공인 간 협력과 연결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역 커뮤니티는 사회적경제와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주요 토대”라면서 “소상공인이 사회적경제 조직을 구성 한다면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루션①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 도입
사회적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이 꼽은 대표적인 방법은 영세한 소상공인이 모여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을 접목해 소상공인들의 시장 내 과다경쟁을 조정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솔루션을 내놨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지원정책의 경우 ▲프랜차이즈 컨설팅사업(소상공인의 프랜차이즈화를 지원) ▲성장형 프랜차이즈 지원사업(성장 가능성이 큰 소상공인 및 중소프랜차이즈 성장 기반을 마련)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지원사업(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공정거래 확산을 위해 시행) 등이 있었다. 강 센터장은 “하지만 프랜차이즈 지원정책이 현장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지원사업은 기업의 발전과정을 촉진하는 민간의 활동을 지원하고, 정부의 정책사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필요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세한 소상공인이 모여 구성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조합원 소유 공간이나 물품을 빌리는 방식으로 영업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공유주방을 운영하거나, 조합원 소유공간에 공유사업을 하거나, 숍인숍(shop in shop)을 만들거나, 인력을 공유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후에는 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 강 센터장은 “그동안 소규모 매장 경영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인력 부족으로 경영자(사장)가 매일 가게에 있어야 하다 보니 경영전략을 고민하고 학습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영자가 교육을 받는 동안 정부가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이때 인력파견 전문 협동조합을 통해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상공인들의 협동조합화가 영세한 협동조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은청 과장은 “정부의 간섭과 과도한 지원은 협동조합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의존도를 높여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간접적이고 필요 최소한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재정지원 보다는 교육, 컨설팅, 네트워크 지원 등 간접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많은 소상공인이 만들어지고, 적절한 정부지원이 결합된다면 크게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솔루션② 공공이 만든 ‘배달 플랫폼’, 소상공인 협동조합이 운영
이은청 과장은 공공에서 만든 배달 플랫폼을 소상공인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최근 비대면 선호 분위기에 따른 전략이다.
이은청 과장은 “최근 음식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이를 이용하는 소상공인 사이에 수수료 부담을 두고 갈등이 있다.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해결방안으로 직접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소상공인에게 저가의 수수료만 받는 방식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에서 배달앱을 만들고 직접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이은청 과장의 설명이다. 배달앱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수익창출을 위해 혁신하면서 유지될 수 있는데, 공공은 본질적으로 이같은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소상공인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이 공공이 만든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조합원인 소상공인들에게 배분되고, 플랫폼의 소유자인 협동조합은 구성원인 소상공인들에게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상생 모델이 가능하다”면서 “협동조합은 본질적으로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플랫폼을 혁신하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도 있는 의미있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솔루션③ 각 지역특성 고려한 자체 솔루션 개발
“소상공인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소상공인 당사자들이 있는 지역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소상공인 문제를 사회적경제방식으로 접근하는 사업을 진행한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소상공인 문제는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소상공인-사회적경제 협업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은 각 골목 특성을 반영해 협업체 소상공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를들어 골목의 여러 매장이 협력해 공동으로 마케팅, 이벤트, 색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조 센터장은 “공동대응 전략을 고민하더라도 각 지역의 성격이 모두 다르기 세부적인 해결책은 지역(골목)에서 직접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 사회적경제 자치구 지원센터와 거기에 결합된 사회적경제조직과 소상공인들”이라고 전했다.
소상공인 대응전략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공공에서 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 조주연 센터장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 지속성을 키우기 위해 광역 차원에서 정책이나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로운넷=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