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사회적경제에 대한 공공 부문의 자금공급은 2017년 250억원에서 2020년 427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충분하지 않으며 금융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경제 분야 성장에 따라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공을 넘어 민간에서 자금 공급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2021 사회적 금융 비전 토론회’ 2차 행사는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 과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1차 토론회에서 사회적 금융 영역별 현황과 과제를 논한 데 이어 실질적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해 국회의 정책 입안으로 연결하는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재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전문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사회적 금융 관련 기관 및 학계, 법계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토론을 펼쳤다.
개별신협 통한 ‘사회적 은행’ 설립해 자본 축적
먼저 지역에서 사회적 금융 기관을 운영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공유됐다. 정원각 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 상임이사는 2017년 기준 경남의 사회적기업당 평균 매출액이 8억 8천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19억 5천만원보다 크게 낮은 상황을 공유하며 지역에서 사회적 금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이사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자립보다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을 벗어나 인건비·사업비 등 소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적 기금 조성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사회적 자본에 기반한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사회적경제에 특화한 ‘사회적 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현재 사회적 금융에서 공공 자금은 크게 늘어났지만, 향후 예산에 따라 정책 자금은 매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민간 금융시장에서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가 훨씬 크지만, 기존 은행들에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안으로 사회적 은행을 생각할 수 있는데, 사회적경제 분야와 종사자들이 연대한 신용협동조합의 형태로 가능하다. 이곳에서 예금을 취급하면 사회적경제 내 민간 자본 축적이 용이하고, 사회적경제를 지지하는 동반자 역할이 가능하다. 사회적경제를 넘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대중의 참여 기반도 확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에서 단체신협 설립을 위해 결의했다”며 “연대와 협동에 기반해 사회적경제 발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학양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은 2019년 출범한 연대기금의 중요 미션 중 하나인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육성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지역·업종·부문 단위로 사회적경제 발전에 필요한 사회적 금융을 조성하고 공급하는 중개기관을 키워 2020년까지 총 1015억원의 누적 금액을 사회적경제 현장에 공급했다.
그러나 사회적 금융의 절대적인 공급량은 부족한 실정이고,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박 총장은 “자금 조달 경로를 다양화하고 사회적가치 성과의 측정·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 제도 마련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인센티브+내적동기 상승효과로 전통금융과 차별화
학계에서도 사회적 금융 제도 기반 마련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적 금융이 인센티브를 강조한다면, 사회적 금융은 인센티브에 더해 목적·가치·윤리 등 내적동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인센티브와 내적동기가 어떻게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할지가 중요한 관건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금융은 사회적경제가 시혜와 자선의 차원을 넘어 경쟁과 지속가능함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며 “공급 면에서 공공은 단순 공급자가 아닌 후속 관리자로서 생존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수요 면에서 기업은 선의에서 경쟁으로 방향을 바꾸고 성장 기반을 넓혀야 한다. ‘脫지원성, 向경쟁력’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립으로, 내수 경제의 새로운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오랜 염원인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이 사회적 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냐에 관한 전망도 나왔다. 제19대 국회에서 첫 제안된 이후 제21대 국회에서도 총 5번이나 발의된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에는 사회적 금융 관련 제도 정비, 기관 및 기금에 관한 주요 내용이 공통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금융기관 지정, 사회성과보상사업 등이 기본법 형식의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신상품 개발이나 사회적가치 평가가 과연 공공 주체가 해야 하는 일인지, 공공의 지원으로 민간자본을 밀어내는 부작용은 없는지 등 문제가 예상된다. 제정 이후 실질적 변화가 있기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도 필요하다. 이동훈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는 “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사회적 금융 활성화에 대해선 제한적 효과가 예상된다”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로운넷=양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