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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 기본법, 숙성은 끝났다…제정 위한 가속페달 밟자”
등록일
2020-12-24
작성자
경북사경센터
조회수
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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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정책세미나 개최
19대 문재인 의원 첫 제안→ 21대 박광온·홍익표 의원 발의
공공기관·지방정부·민간기업이 바라보는 사회적가치의 필요성

양극화, 불평등, 환경오염 등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적가치’ 실현이 우리 시대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2014년 당시 문재인 의원이 제19대 국회에서 최초로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이하 사회적가치 기본법)’을 발의한 이후, 2016년 제20대 국회에서 김경수 의원과 이듬해 박광온 의원이 연이어 해당 법안을 내놓았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0년 제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첫 번째 법안으로 지난 6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적가치 기본법’을 다시 발의했고, 9월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같은 이름의 법안을 제안했다.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의 말대로 “처음 발의할 2014년만 해도 선도적이었던 사회적가치 기본법은 제정이 지체되면서 현 시점에는 뒤처진 이슈”가 됐다. 김 비서관은 “최대한 빨리 제정해 제도와 현실을 아우르며 발전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회에서 ‘사회적가치 기본법’을 발의한 박광온·홍익표 의원을 중심으로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정책세미나가 개최됐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행사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무관중·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해당 법의 연구를 선도해온 한국법제연구원과 세미나를 공동 개최해 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17일 열린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박광온 의원(왼쪽)과 홍익표 의원./사진제공=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17일 열린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박광온 의원(왼쪽)과 홍익표 의원./사진제공=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개념 추상성 극복하고 측정·평가 방법론 구축해야”

축사에서 박광온 의원은 “사회적가치 기본법은 그동안 충분히 숙성돼 이제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왔다”라며 “사회적가치는 경제적가치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닌 양립하는 가치로, 이번 세미나가 법제화 실현을 위한 가속페달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홍익표 의원은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라며 “공공기관 중심의 법이지만 향후 민간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안한 법이 완성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발제 순서에서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사회적가치법제팀장이 ‘사회적가치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경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불평등, 환경위기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를 겪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가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정부 지원을 위한 성과 평가에만 집중됐고,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공공과 민간에서 사회적가치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사회적가치법제팀장이 ‘사회적가치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제공=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사회적가치법제팀장이 ‘사회적가치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제공=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해외 주요국에서 사회적가치 관련 입법에 힘써왔는데, 2012년 영국에서 제정한 ‘사회적가치 법(Social Value Act)’이 대표적이다. 정부 기관이 사회적가치 추구를 위한 공공조달 체계를 확립하고, 공공 분야에서 사회적가치를 고려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민간 기업을 위주로 사회적가치 관련 제도를 법제화했다. 주주 이외에 이해관계자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법인격의 회사(Benefit Corporation Model)’를 인정하자는 내용 등을 담았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사회적가치의 개념은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 배려, 삶의 질 개선, 안전,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 등 공동체와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가치를 포괄한다. 최 팀장은 “법제화 과정에서 사회적가치 개념의 추상성을 극복하고, 구체적인 측정 및 평가 방법론을 구축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첫째 주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현 시점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사회적가치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둘째 정량적 요소를 공통으로 도출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 지표화 작업을 거치고 △셋째 공공기관별로 사회적가치를 극대화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최 팀장은 “현재 발의된 법대로 먼저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가치를 반영·창출하고, 궁극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도록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법안, 공청회 거쳐 내년 2월 상임위 논의 가능성

사회적가치 실현 사례를 발표하는 강신면 조달청 구매사업국장, 김창봉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고광현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모습./사진제공=
사회적가치 실현 사례를 발표하는 강신면 조달청 구매사업국장, 김창봉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고광현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모습./사진제공=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토론에서는 법 제정 이전에도 사회적가치 창출에 앞장서온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 등의 사례가 공유됐다.

강신면 조달청 구매사업국장은 “정부가 재화·서비스를 구매·조달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 환경 등을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조달’을 시행하고 있다”며 “중소·여성·장애인 기업 등 약자기업의 입찰을 우대하고, 이들 기업의 전용몰을 구축해 판로를 지원하며, 수의계약 규모를 확대해 2019년 기준 32조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현재의 부가적 조달방식은 제한적이라 효과적 지원체계가 필요하고, 사회적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의 종합적·체계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창봉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은 “문재인 정부 이후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서 사회적가치 부문의 가중치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향해야 할 사회적가치의 범주가 명확해졌다”라며 “일자리 창출, 국민안전과 보안, 환경, 주거복지, 사회적약자 지원 사업이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사회적가치 창출에 노력하는 공공기관이 전체적인 사업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을 통해 시스템을 갖춰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광현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은 ‘서울시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례를 통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소개했다. 서울시는 재정·판로·공간 지원, 민관협력 등 4가지 방향으로 사회적경제를 지원한 결과, 2012년 대비 2018년 관련 예산 및 규모가 6배 이상 성장했다. 고 담당관은 “2019년 사회적경제 2.0 계획을 통해 기존 기업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중”이라며 “특히 시민들이 일상에서 사회적경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혁신 컨설팅·임팩트투자 기관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김정태 대표는 “비즈니스와 투자업계에서는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반영이 대세”라며 “민간에서 ESG가 적용된다면 공공기관에 사회적가치 반영은 필연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패션사업으로 유명한 기업 ‘파타고니아’를 예로 들며 “앞으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환경을 위해 각종 행사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기를 의무로 사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홍두선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회적가치 기본법’은 향후 공청회를 거쳐 내년 2월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홍 국장은 “정부에서는 기본법이 통과되도록 관련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법 제정과 상관없이 사회적가치 전반에 대한 각계각층의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투 트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