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기가 많고 좋은 기업이라도,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그 기업을 비판하고, 불매운동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소셜임팩트포럼(Social Impact Forum)’에서는 ESG를 구성하는 각 요소(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해, 관련 학과 교수들이 나와 설명하며 ESG 경영의 중요성을 짚었다. 지난 11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소셜임팩트포럼'은 이화여대의 사회적경제 석·박사 과정인 사회적경제협동과정에서 2019년부터 매년 ‘다양성과 포용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국내외 기업과 학계, 공공영역, 비영리를 아우르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먼저 박선기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가 ‘E(환경, Environment)’에 대해 설명하며, “2020년 기준으로 연 30조 수준의 친환경 소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준 높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를 선택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고객사들과 투자기관 등 많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친환경에 대한 요구사항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반적인 의식 변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박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E·S·G 중에서도 E가 중요한 이유를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강조했다. WEF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전지구적 규모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부문은 기후 행동 실패(climate action failure), 극단 기후(extreme weather), 생물다양성 손실(biodiversity loss)이다. 그 뒤를 사회 응집성 약화(social cohesion erosion), 식량위기(livelihood crisis) 등 사회적인 요소가 잇는다. 최근 50년간 세계 10순위에 드는 재해 중 3건이 2017년에 발생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기업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서 앞으로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지 논의하고,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임교수)는 ‘S(사회, Social)’를 이루고 있는 조직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인 책임에 민감해진 소비 시장과 투자 시장을 언급했다. 그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지난해 기업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 탄소 중립 목표를 향후 30년 기업 전략에 녹이겠다고 써있었다는 점을 두고, 투자 기관들도 포트폴리오 교체를 넘어서 투자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ESG 경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외부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넘어서 조직의 다양성 면에서 ‘S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구통계학적 변화 등 외부 환경의 변화로 국내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고, 외국인 유학생은 20년 만에 40배가 느는 등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됐다는 점을 짚으며, 이에 선제적으로 적응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인종, 민족, 세대, 성별 등 좁은 의미부터 결혼 상태, 교육적 배경, 직위, 출신지 등 넓은 의미까지 조직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다양성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적용하는 행위가 조직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또한, “다양성은 전사적인 과제라 어느 한 부서에서 도맡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구글, 존슨앤존슨, 휴렛패커드 등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을 다룬 연구를 보면 다양성 운영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Governance,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안지영 경영학과 교수가 ‘ESG 경영과 HRM(인적자원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지배주주와 소주주 간의 이해상충 이슈를 짚었다.
안 교수는 “보유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배주주가 본인의 지분이 높은 다른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기업 집단의 계열사들이 대주주 혹은 그. 자녀가 세운 회사에 일감과 거래를 몰아주는 행위를 말한다. 재벌이나 가족경영회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열사가 계열사를 낳는 구조’로 가능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 기업 집단의 구조는 피라미드형에 가깝다.
이런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안 교수는 “서스틴베스트,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기관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정기적으로 평가를 하고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CGS에 따르면 주주를 얼마나 보호하고 있는지, 이사회가 경영자나 지배주주를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지,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등을 모범 규준으로 분류해 평가하고 있다.
안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 감사의 역할은 영미권보다 강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주주 중에 한 명이 감사로 선임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꼭 감사위원회를 통해서 감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주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감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은 3%까지만 허용된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와 소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는 투자자의 불신 및 불공정으로 이어져 장기 가치투자 의욕이 떨어질 수 있고, 기업 구성원의 근로 의욕 저하와 장기적 성과 저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해당 세션 외에도 글로벌교육지원사업,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석박사 논문 발표, 이화 사회적경제 창업아카데미 성과 발표 세션 등이 이어졌다. 조상미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임교수는 “이번 포럼을 통해 대학의 사회책임과 ESG를 연결해 지속가능사회를 향한 임팩트를 확산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운넷=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