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법제화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국회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제24차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은 '(가칭)사회기술혁신촉진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영사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사업이 기존 제도 및 관성과 부딪히면서 활성화와 혁신 생태계 형성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논문이나 특허를 내는 걸 넘어서 사회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경제적 가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소셜임팩트를 포괄하며 다음 세대에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는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 2.0,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의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공공조달 및 지자체와의 연계 방안, 대학 참여의 촉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과기정책연, 원장 문미옥),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유기홍 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했다.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대학리빙랩네트워크, 돌봄리빙랩네트워크, 임팩트얼라이언스가 주관했다.
이날 참석한 유기홍 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인구구조의 변화, 4차 산업혁명 등 대변혁의 한 가운데에서 기후위기, 건강위기, 경제위기 등 혼합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개혁 의제를 발굴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제”라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송위진 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 추진체계 발전 과제로 ▲대규모 시그니처 연구개발사업 추진 ▲사회기술혁신센터 설치 ▲새로운 방식의 전담조직 운영 ▲사회기술혁신촉진법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많고 빠른 혁신이 아니라 '좋은' 혁신이라는 정책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단순히 사회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걸 넘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이 기존 R&D 사업의 틀 내에서 진행되는데, 연구책임자는 문제 설정에서 사회적 효과 구현까지의 전체 과정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한 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정책 진행 방식을 바꾸자는 의미다. 그는 부처별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플랫폼형 전담 관리 조직을 만들어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연구개발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에 관한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대학⋅연구기관⋅공공기관 내 사회기술혁신센터를 설치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혁신기업들이 주관기관으로 역할 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형식을 제안했다. 이어 '(가칭)사회기술혁신촉진법' 제정으로 새로운 프로그램과 사업이 현장에 뿌리내리는데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인력 양성, 하부구조 구축, 국제협력 촉진 등을 담아야 한다고도 전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이 공공조달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병건 조달연구원 혁신조달연구센터장은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기초-응용-실증 단계까지는 왔는데, 그다음 단계인 '활용'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며 그 방법으로 공공조달 시장 공략을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민간시장인 마트나 백화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굉장히 중요한데, 공공시장에서의 소비는 구매 담당자의 기호가 반영되는 게 아니라 경쟁 입찰 등 법과 규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형 R&D에 대한 의지만 크다면 '사주는' 수준보다 훨씬 큰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거다.
공공조달 방식으로 일상에 혁신을 야기한 예로는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공항 바이오등록 제도를 들었다. 모두 공공조달 방식으로 시작돼 자리 잡아 고속도로와 공항 혼잡을 해결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공공시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도 짚었다. "정부는 초기 지렛대 역할을 하는 거고, 그 뒤에는 민간의 투자가 따라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대학에서의 사회문제 해결형 R&D 역할도 강조됐다. 김민수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R&D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사회문제해결형 R&D에서 제안과 수행보다 이슈의 발굴과 기획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성과 활용·확산과 성과 공유 체계 마련, 형식적 리빙랩 운영 현실 개선, 지역현장 수요와 R&D 사이의 간극 극복을 중요한 이슈로 제시했다.
해결 방향으로는 ▲수요 기반 기획체계 강화 ▲현장 이슈의 재구조화 ▲다주체 협력 기획·추진 거버넌스 형성 ▲교차실증 등 지역협력 모델 ▲지역 내 축적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김민수 동국대학교 교수는 대학에서도 리빙랩이 역점사업이 된다고 전했다. 2020년 기준 링크사업(LINC+,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대학교 55곳이 242개 리빙랩을 운영했고, 2249개의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여 교원은 1300여명, 학생은 1만 4000여명이었으며, 이들은 어린이 안전 문제,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교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라면서 대학에서 운영 중인 리빙랩은 사회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관련분야 인력양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운넷=박유진 기자